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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신 신앙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4401550
한자 家神信仰
분야 생활·민속/민속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지역 전라남도 영암군
집필자 선영란

[정의]

전라남도 영암군에서 집과 가정의 수호를 위해 가신(家神)을 모시는 신앙.

[개설]

가정은 문화가 이루어지는 최소의 단위이다. 하나의 가정은 그 크기에 상관없이 그 자체로 완성된 세계이며, 그런 점에서 하나의 우주가 된다. 우주는 창성에서부터 시작하여 기능과 구조에 따라 많은 신격들이 제 위치에서 나름대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믿어진다. 하늘은 천신이, 땅은 지신이, 그리고 태양신, 월신, 풍신 등 수많은 신들이 우주에 존재하는 것처럼, 가정 역시 하나의 우주이기 때문에 각각의 역할을 맡고 있는 신격들이 가옥에 임재해 있으며, 관습적으로 정해진 의례를 통해서 모셔진다.

우리나라의 가신 신앙은 매우 발달해 있다고 간주된다. 그러나 거의 모든 문화 현상이 그렇듯 각 지역마다 약간씩의 차이가 있으며, 또한 같은 지역이라고 하더라도 각 가정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차이는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예를 들면 생업 지대에 따라 농촌과 어촌이 다를 수 있으며, 한 마을이라고 하더라도 장손집과 차손 이하의 집이 다를 수 있다. 또한 집의 크기나 형편 등에 따라서도 무수히 많은 변이 형태가 존재할 수 있다.

영암군에는 성주, 조령(祖靈), 삼신, 조왕, 철륭, 지신, 칠성, 터주, 업 등의 가신을 모시고 있는 것으로 기왕에 조사되었다. 이는 다른 지역과 거의 유사하며, 그 외 문신, 측신 등의 가신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나, 주민들의 기억에서 사라진 지 오래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위에 열거한 가신들을 모두 모시지 않고, 나름대로 선택적으로 모시고 있다. 어떤 주민은 성주, 삼신, 조왕만을 모시고 있고, 어느 주민은 성주, 삼신, 조령(祖靈), 철륭만을 모셨다가 지금은 성주와 삼신만 모시고 조령과 철륭은 모시지 않는 경우도 찾을 수 있다. 이는 가신 신앙의 지역적 차이로 보이며, 아울러 행위 주체자의 집안 환경과 개인적인 성향에 따른 차이가 드러나는 것이다.

정기적·일상적 의례로는 도신, 마당밟이, 액맥이, 초파일 불공, 올벼심리, 동지 팥죽 쑤기 등이 있다. 특이한 것은 영암읍 춘양리 춘양 1구에서 볼 수 있는 산신제이다. 매년 정월에 행하는 제의로 금줄을 치지 않고 지붕에 깃대를 꽂아 부정한 사람의 출입을 막는 것이다. 영암 지역의 영산인 월출산에서 의례를 행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비정기적 의례는 동정 잽이[동토 잡기], 주장 맥이[주당 막이], 상문 물리기, 조리 잡기, 객귀 물리기, 잔밥 먹이기, 곽란 치료, 하루거리 치료, 삼신 치성 등이 있다.

가신 신앙은 다른 신앙에 비해 소멸의 강도가 높아, 오늘에 이르기까지 해당 신앙 행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제보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이제는 거의 할머니들의 기억을 통해 그 자취를 좇을 수밖에 없다.

[영암군 가신 신앙의 특징]

영암 지역에서 가신 신앙은 성주를 집안의 가장 큰 신으로 모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성주는 집을 지켜 주는 신으로 신체 없이 건궁으로 안방에서 모신다. 성주는 일 년을 단위로 하여 정기적 의례와 비정기적 의례 두 가지로 나뉜다. 정기적 의례로는 , 대보름, 추석 등의 명절과 가족들 생일 때 그리고 제사 때 가장 먼저 안방 윗목에 성줏상을 차리는 것으로 성주를 모신다. 비정기적으로 올리는 경우는 제보자에 따라 각기 다르지만, 자식들이 아프면 나을 때까지 성주 앞에 물 한 그릇을 받쳐놓고 비손하는 경우와 이바지가 들어오면 가장 먼저 성주에 올리는 경우가 있다. 성주에 올리는 이러한 비정기적 의례의 경우, 집안에 지앙 오가리가 있으면 지앙 오가리가 성주를 대신하기도 한다. 아무튼 집 자체를 성주로 인식하고 집에 사람이 있으면 당연히 성주가 있는 것으로 믿기 때문에, 이러한 정기적·비정기적 의례를 통해 성주를 집안의 중요한 신으로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삼신은 성주와 마찬가지로 신체 없이 건궁으로 모시며, 정기적·비정기적인 의례를 통해 모셔지고 있다. 성주를 모든 집안 의례에서 으뜸으로 모시고 있는 것과 달리, 삼신은 명절과 가족들 생일 때만 모시고 제사 때는 모시지 않는다. 그리고 집안 식구가 아이를 출산하게 되면 삼신을 모시게 되는데, 이는 비정기적인 의례로 일시적으로 모시는 경우에 해당된다.

한편, 영암 지역에서 조령(祖靈)은 조상 단지, 부루 그릇, 지앙 오가리, 세존 주머니 등 네 가지 형태로 나타나는 특징을 보인다. 네 가지 형태 모두 쌀을 담고 조상을 집안에 모셔둔다는 점에서는 같으나, 쌀을 담아놓은 신체 형태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처럼 조령의 신체에 쌀을 바치는 행위는 자손 발복에 귀결되고, 감축과 함께 풍요를 기원하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시종면 봉소 2구 원봉소 마을의 박매실[여, 72세(1999년 조사)]의 경우, 부루 그릇은 세 개에서 네 개, 그리고 지앙 오가리는 한 개 만을 모셨다는 점이 다르게 나타난다. 이는 각각 오가리가 하나의 신격을 지칭한 것으로 파악된다. 즉 부루 그릇은 그릇 하나 하나가 돌아가신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 등의 신체 역할을 하고 있는데 반해, 지앙 오가리는 집안에 일찍 요절하신 분을 위해 모신다는 차이가 있다. 그러므로 지앙 오가리는 집집마다 모두 모시는 조령은 아니다. 그리고 요절한 분을 위해 모신다는 것은 만약 모시지 않을 때 집안에 해로움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내포한다.

또한 영암 지역에서는 나락을 담은 오가리를 철륭의 신체로 모신다는 점도 이 지역의 특징으로 확인된다. 대체로 전남 지역에서는 타 지역에 비해 철륭이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오히려 지신과 혼용된 양상을 보인다. 그러나 영암군 시종면 일대에서 철륭은 ‘철륭 오가리’와 같은 신체를 가지고 정기적으로 천신(薦新)의례를 수행하고 있다. 실제 철륭은 집터가 센 집에서 모시므로 모든 집에서 모셨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철륭은 분명하게 신체를 가지고 있고 해마다 깨끗한 날을 받아 나락을 갈아 넣는다.

부엌에 모시는 조왕에 대해서도 영암 지역에서는 매일 아침 조왕 물을 갈아주지 않고 특정한 날에만 물을 갈아놓는다는 특징을 보인다. 즉 매월 초하룻날과 보름날만 조왕에 물을 바치는 것은 일상 의례라기보다 정기적으로 베풀어지는 의례라 볼 수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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