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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4400020
분야 지리/자연 지리,생활·민속/민속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지역 전라남도 영암군
집필자 이돈삼

[정의]

전라남도 영암군 월출산에 있는 사람 얼굴 모양의 절벽과 다양한 생김새의 바위에 얽힌 이야기.

[개설]

미국의 작가 너새니엘 호손이 쓰고, 피천득이 번역한 단편 소설 「큰 바위 얼굴」이 있다. 장차 훌륭한 인물이 될 것이라는 전설을 어머니에게 전해들은 주인공이 날마다 큰 바위 얼굴을 바라보며 꿈과 희망을 키워 나중에 진짜 큰 바위 얼굴이 된다는 내용이다.

이 작품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수많은 청소년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뿐만 아니라 소설 속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미국 뉴햄프셔 주 프랑코니아 주립 공원 내 화이트 마운틴의 큰 바위 얼굴은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이 큰 바위 얼굴보다도 10배 정도 큰 진짜 큰 바위 얼굴이 월출산에서 발견됐다. 생김새가 영락없는 사람이다. 머리부터 이마, 눈, 코, 입, 수염까지도 선명하다. 중후한 남성의 모습 그대로다. 얼굴의 길이가 자그마치 100여m나 된다. 이야깃거리도 푸짐하다.

[큰 바위 얼굴을 품은 월출산]

월출산은 지명만큼이나 달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이다. 구름을 걸친 채 갑자기 우뚝 솟아 눈앞에 다가서는 천황봉의 신령스런 모습, 그 위로 떠오른 보름달의 자태는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산세도 장대하다. 사방 백 리에 큰 산이 없어 들판에 마치 금강산을 떼어다 놓은 듯한 거대한 돌산으로 서 있다. 기암절벽으로 이뤄진 산세가 금강산과 비슷하다고 해서 ‘남한의 금강산’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삼국 시대부터 나라에서 제사를 지낼 만큼 영산으로, 해발 809m의 천황봉과 806m의 구정봉(九井峰)을 비롯하여 향로봉, 노적봉, 문필봉, 주지봉 등 천검 같은 기이한 봉우리가 연이어 있다. 웅장한 것에서부터 아기자기한 것까지 다 모인 기암괴석의 전시장이다.

형태도 다양하다. 인물상, 동물상, 사물과 군상 등의 형태를 한 바위들로 빼곡하다. 예술성과 조형성도 빼어나다. 산 정상에서의 조망도 좋다. 구절양장의 영산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제주 한라산과 목포 유달산, 남해의 다도해와 평야가 운해 아래로 펼쳐지는 모습은 신비감까지 자아낸다.

많은 바위 가운데 압권은 아홉 개의 우물이 있는 봉우리, 구정봉이다. 바위틈을 통해 높이 10여 척이나 되는 정상에 오르면 20여 명이 쉴 수 있는 평평한 바닥에 아홉 개의 풍화혈 웅덩이가 패어 있다. 특히 구정봉 가운데 지름 1.5m 가량으로 가장 큰 웅덩이에는 항상 마르지 않고 물이 고여 있다.

월출산에서 가장 높은 곳이 천황봉이지만 예부터 사람들은 천황봉 아래에 있는 구정봉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월출산에서 가장 이야깃거리도 많은 봉우리다.

지금은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좁은 바위틈을 통과해 조심스럽게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과거 구정봉은 사람이 함부로 오를 수 없는 신성한 장소였다. 그 때문에 재밌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옛날 벼슬을 하던 한 선비가 하인을 데리고 어렵사리 구정봉에 올랐다고 한다. 사방 절벽으로 내려가는 길이 막혀 있는 것을 알고서는 ‘자기 벼슬을 내어줄 테니 제발 자기를 내려달라’고 통사정을 했다는 것이다.

구정봉의 기암절벽이 큰 바위 얼굴이다. 큰 바위 얼굴로 밝혀지기 전까지는 장군 바위로 불렸다.

[큰 바위 얼굴의 특징]

생김새가 영락없는 사람이다. 머리부터 이마, 눈, 코, 입, 수염까지 선명하다. 중후한 남성의 모습 그대로다. 언뜻 보기에 근엄하지만 한편으로는 웃고 있는 것 같다. 강한 남성의 모습이지만 부드러움을 함께 간직하고 있다. 늙은 것 같으면서도 젊음이 서려 있다.

얼굴의 길이가 자그마치 100여m나 된다. 미국의 러쉬모어 산 국립 공원이나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이집트 등에 인공적으로 만들어 놓은 10m 안팎의 바위 얼굴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다.

얼굴의 길이로 미뤄 큰 바위 얼굴의 키는 700여m가 넘을 것이란 짐작이 가능해진다. 월출산 천황봉, 구정봉의 높이와 비슷하다. 큰 바위 얼굴이 사람의 얼굴이고, 월출산이 사람의 몸이 되는 셈이다. 이렇게 볼 때 월출산 자체를 하나의 사람으로 볼 수도 있다.

월출산 큰 바위 얼굴은 해가 떠오르는 동쪽을 바라보고 있다. 흐린 날에는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언제나 하늘의 빛을 얼굴에 가득 채우고서야 모습을 드러낸다. 얼굴의 윤곽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시각은 햇살이 눈부신 정오 전후다. 오후가 되면 바위 그림자로 인해 윤곽이 상대적으로 옅어진다. 흐린 날이나 비 오는 날에도 볼 수는 있지만 생동감이 덜 하다.

큰 바위 얼굴월출산 바람재에서 천황봉 쪽으로 등산로를 따라 50m쯤 올라가서 평지를 이루는 능선에서 봐야 제대로 볼 수 있다. 큰 바위 얼굴은 물론 주변 풍광까지도 두루 살필 수 있다.

큰 바위 얼굴 주변에 가족 바위들이 모여 있는 것도 특이하다. 큰 바위 얼굴 곁에 조금 작은 바위 얼굴이 있다. 지혜와 재치로 남편을 도와주는 사랑스런 아내의 모습 같다. 큰 바위 얼굴과 나란히 서 있어 ‘큰 바위 얼굴 부부’라 부른다.

그 주변은 음양의 메시지를 담은 자연석으로 이뤄져 있다. 큰 바위 얼굴 부부 앞으로 사랑 바위가 있다. 뒤에는 두 연인이 정겹게 이마를 맞대고 있는 천생연분 바위가 있다. 사랑의 결실로 아기를 가진 임산부 모양의 만삭 바위도 있다.

큰 바위 얼굴 아내 상 바위의 왼쪽으로 가면 여근 바위[베틀굴]가 있다. 바위굴로 여성의 성기 모양을 하고 있다. 큰 바위 얼굴 건너편 사랑 바위 옆에는 남성을 상징하는 남근 바위가 있다. 향로봉 아래에는 사랑의 결실로 태어난 아이를 데리고 서 있는 가족 바위가 있다. 지구상에서 이처럼 음양의 본질을 드러낸 자연풍광은 드물 것이다.

[큰 바위 얼굴에 얽힌 전설]

월출산의 기암괴석과 큰 바위 얼굴은 문헌을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예부터 위대한 인물이 태어날 것이라는 예언이 그것이다.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 영암의 이름에 관한 기록이 있다.

월출산에는 이른바 동석(動石)이라 부르는 흔들바위 세 개가 있다. 그 하나는 구정봉 아래에 있고 나머지 두 개는 도갑과 용암 아래에 있다. 구정봉에 있는 흔들바위의 높이는 1m 가량 되고 둘레는 열 아름쯤 되는데, 한쪽이 석골(石骨)뿐인 산머리에 붙어 있다. 다른 한쪽은 끝없는 절벽에 걸려 있다. 이 동석은 한 사람이 흔들어 보거나 열 사람이 흔들어도 움직인다. 이 세 개의 동석으로 인해 이 땅에 큰 인물이 난다는 구전이 있어 이를 시기한 중국인이 바위 세 개를 모두 떨어뜨렸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가운데 하나가 스스로 제자리로 올라갔다. 그 바위를 신령한 바위라 했고, 고을 이름도 영암(靈巖)이라 했다는 것이다.

영암 사람들은 흔들바위 보다는 큰 바위 얼굴에 얽힌 전설을 더 신령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전설에 따르면 문화, 종교, 정치 세 분야에서 뛰어난 인물이 나타나 나라와 민족을 이끈다는 예언이다. 지금까지 두 분야에서 예언이 맞아떨어졌다. 역사 속의 왕인 박사와 도선 국사가 그 당사자다.

[큰 바위 얼굴이 품은 인물들]

백제 때 일본으로 건너가 아스카 문화의 시조가 되었던 왕인 박사를 먼저 꼽을 수 있다. 왕인은 일본 응신 천황의 초청을 받아 논어 10권과 천자문 1권을 갖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학문을 인정받은 왕인은 일본 태자의 스승이 되었고, 함께 일본으로 간 기술자들을 통해 여러 가지 기술을 전했다.

도갑사를 창건하고 풍수지리학의 시조로 불리는 도선 국사큰 바위 얼굴이 예언한 인물이다. 그 인물됨이 중국 당나라까지 알려져 황제의 초청을 받을 정도로 명성을 떨쳤으며, 헌강왕을 만나 마음을 깨쳐주고 고려의 건국을 예언했다. 도선 국사의 『도선비기(道詵秘記)』에는 구정봉의 상서로운 기운으로 장차 500년 동안 세상을 다스릴 제왕이 나온다고 했다.

뿐만 아니다. 고려 건국 1등 공신이었던 최지몽, 도갑사를 중건한 수미 왕사, 대동계 창설의 주역 박규정까지 출중한 위인들도 큰 바위 얼굴의 전설을 듣고 자랐다. 불을 끈 방에서 어머니의 제안으로 떡 썰기와 글 쓰는 솜씨를 겨뤘던 석봉 한호(韓濩)도 영암에서 학업에 정진했다.

[큰 바위 얼굴을 찾아가는 길]

월출산은 바위투성이 산이다. 기암괴석들의 전시장이나 다름없다. 정상인 천황봉이 해발 809m로 그리 높은 편은 아니하지만 바위가 많아 산행이 결코 녹록하지 않다. 가파르고 험하다. 하지만 힘들다 생각하면 한없이 힘들다. 여유를 갖고 경물을 살피며 오르면 더 없이 좋은 산이다. 많은 사람들이 월출산을 ‘호남의 소금강’이라 부르는 이유를 실감할 수 있다.

큰 바위 얼굴월출산구정봉에 있다. 큰 바위 얼굴을 만나러 가는 길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가장 빠른 길은 금릉 경포대에서 갈림길, 바람재를 거쳐 큰 바위 얼굴[구정봉]로 가는 길로, 2시간 정도 걸린다. 천황사에서 구름다리, 사자봉, 통천문, 천황봉, 바람재를 거쳐 큰 바위 얼굴로 가는 길은 4시간 정도 걸린다. 도갑사에서 미왕재 억새밭, 향로봉을 거쳐 큰 바위 얼굴로 가는 길도 있다. 3시간 남짓 걸린다.

어느 코스를 택하든지 상관없다. 다만 정오를 전후해서 도착해야 선명한 큰 바위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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