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03062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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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美室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작품/문학 작품 |
지역 | 강원도 강릉시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정연수 |
[정의]
2005년 간행한 강릉 출신 작가 김별아의 장편 소설.
[개설]
김별아의 장편 소설 『미실(美室)』은 세계일보사가 1억 원 고료를 걸고 진행한 제1회 세계 문학상 수상작이다. 심사평에서 문학 평론가 김윤식은 “미실은 왕후도, 사제도, 기생도 아니었지만 작가의 적극적인 탐구 정신, 거침없는 상상력, 호방한 서사 구조에 의해 진지하게 형상화됨으로써 시공을 뛰어넘어 아름다운 신라 여인으로 되살아났다.”라고 했다. 소설가 김원일은 “장려한 문장, 거침없는 성애 묘사가 역사와 소설의 행간 사이를 곡예사처럼 숨 가쁘게 건너뛴다.”라고 평했다. 소설가 김형경은 “현대와 같은 성 모럴이 정립되기 전의 여성을 되살려 냈고, 그녀를 통해 가장 자연스러운 여성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라고 밝혔다.
'미실'이라는 신라 역사의 실존 인물을 처음으로 대중문화계에 선보인 작품이다. 2005년 3월 5일 문이당에서 간행하였다. 2012년 1월 20일 출판사 해냄에서 본래의 원고를 되살리고 오류를 수정한 무삭제 개정판을 간행하였다. 『미실』은 2009년 MBC 드라마 「선덕 여왕」의 제작 배경이 되기도 하였다.
[구성]
김별아의 작품집 『미실』은 국판 347쪽 분량의 장편 소설이다. 내용 구성은 작가의 말에 이어 시적인 소제목을 여럿 붙여 목차로 담았다. 「물앵두, 사라지다」·「벼랑 끝 꽃을 꺾다」·「불모지에 머물다」·「파랑새의 노래」·「갈망과 재앙」·「붉은 연못」·「몽중설몽(夢中說夢)」·「파란(波瀾), 그리고」·「남자의 사랑」·「살아 있는 귀신」·「만추(晩秋)」·「사랑의 종언」 소제목에 이어 제일 마지막 장에는 세쪽에 걸쳐 세계 문학상 심사평을 담았다. 심사평에는 김윤식·서영채·하응백·김미현[이상 문학평론가], 김원일·박범신·성석제·김형경·김연수[이상 소설가]의 평이 담겨 있다. 심사평은 팜프 파탈(Femme fatale)의 전형인 신라의 여인 미실을 작가의 거침없는 상상력으로 표현한 점, 작가의 정려한 문체, 여성의 본질에 대한 환기, 잊고 지내거나 잘 알지 못한 역사에 대한 복원 등을 중요한 가치로 꼽고 있다.
미실은 진흥왕과 그의 아들 동륜 태자, 동륜 태자의 동생인 금륜 태자, 동륜 태자의 아들인 진평왕에 이르기까지 관계를 맺었다. 또 미실과 관계를 맺은 화랑의 수장인 풍월주(風月主)로는 사다함·세종·설화랑[사다함의 동생]·미생랑[미실의 남동생] 등이 있다. 5명의 남자[세종·동륜·진흥제·설원·진평제]와의 관계에서 8명의 자식[하종·애송·반야·난야·수종·옥종·보종·보화]을 두었다. 미실의 행적에는 소용돌이치는 권력의 무게 이동만큼이나 복잡한 인물의 계보가 소설을 읽는 독자에게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책은 목차에 이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혈연 및 혼인 관계도 참고표를 그려 놓고 있다.
[내용]
『미실』에 등장하는 신라의 여인 미실은 색(色)으로 왕을 섬기는 색공지신(色公之臣)의 역할을 맡은 신분이었다. 외할머니 옥진으로부터 미태술과 가무의 비법을 전수받으면서 성장한 미실은 왕실의 권력 다툼에 휩싸이면서 자신의 처지와 운명을 깨닫는다. 세종의 눈에 들어 입궁하지만 지소 태후와 사도 황후 사이의 권력 싸움에서 궁에서 쫓겨난다. 궁 밖에서 사다함을 만나 사랑을 하지만, 세종과 지소 태후가 다시 입궁하도록 명하면서 사랑하는 사람 사다함과 이별한다. 사다함이 일찍 죽어버리는 상처를 겪은 후 미실은 권력의 무자비함과 권력 앞에 보잘것없는 자신을 발견한다. “한 남자와 한 여자로 이루어지는 부부는 실상 남자가 주인이고 여자가 노예가 되는 의미 이상일 수 없었다. 기꺼이 노예가 되고 싶은 대상이 아니고서야 차라리 주인의 자리를 쟁탈하는 편이 나았다”[초판, 111쪽]라고 자각한 미실은 권력에 휘둘리기보다는 권력을 휘두르는 편을 선택하기로 작정을 한다.
미실은 동륜 태자의 아이를 갖고 왕실 권력 장악에 나서서 원화의 자리에까지 오른다. 이후 미실은 금륜 태자에게 왕후의 자리를 약속 받고 진지제로 추대했다. 그러나 왕후가 되지 못하자 진지제를 폐위시키고 진평제를 추대하는 등 권력의 중심에 선다. 미실은 국정 운영에 깊숙하게 개입하고, 화랑도를 키우면서 권력을 직접 휘두르는 능동적 삶을 살아간다.
[특징]
저자 김별아는 1969년 속초에서 태어났으나 세 살 때 강릉으로 이주하여 실질적인 고향은 강릉이다. 김별아라는 이름은 필명이 아닌 순우리말 이름이다. 1993년 『실천 문학』에 중편 「닫힌 문 밖의 바람 소리」로 등단했다. 2005년 제1회 세계 문학상 수상작인 장편 소설 『미실』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다. 작가 김별아는 당선 소감에서 “문학은 내게 무언가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목적 그 자체”라고 밝힐 정도로 치열한 열정으로 작품 활동을 했는데, 역사를 재구성한 소설 『미실』이 김별아의 작가 정신을 잘 반영한다.
2012년에는 해냄출판사를 통해 『미실』의 무삭제 개정판이 발행되었다. 초판 출간 때 덜어 냈다는 원고지 150매 분량의 내용이 모두 수록되었다. 또 각주를 120여 개나 달 정도로 초판보다 더 많은 각주를 통해 내용의 깊이를 살렸다. 개정판에는 미실의 자녀들을 정리한 표와 풍월주에 대한 계보도를 함께 추가하여 미실의 삶을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초판의 오류도 바로 잡으면서 정본 『미실』이라는 평가도 얻었다.
“『화랑세기(花郞世紀)』 필사본을 후세에 남긴 박창화(朴昌和) 선생님의 영전에 감사의 인사를 바친다”라고 작가의 말에서 김별아가 밝혔듯, 소설 『미실』의 근간은 필사본 『화랑세기』에서 찾을 수 있다. 540~681년 사이의 신라 화랑 풍월주 32명의 전기를 담고 있는 『화랑세기』는 자유분방한 당대의 성 풍속과 권력을 둘러싼 왕실의 음모, 왕실의 근친혼에 이르기까지 현대인의 고정 관념으로는 정설로 받아들이기 힘든 이야기이기도 했다.
[의의와 평가]
『화랑세기』 필사본 속에서나 존재하던 여인, 매혹적이면서도 위험한 여인, 미실은 신라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시공을 초월하여 김별아의 소설 『미실』을 통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한금윤은 논문에서 “김별아의 '미실'은 화랑세기의 가족 관계나 역사학에서 소개한 것 이상으로 실존했던 사람들의 삶을 생생하게 우리 앞에 재현하여, 한 인간의 인성 형성과 변용 과정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가부장적 남성의 지배 역사와 다른 여성의 역사를 보여주면서 여성의 역사를 복원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했다.